굳이 리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분들께 필자가 즐겨 드리는 조언이 하나 있다. 이른바 "왜냐하면(because)과 그러므로(therefore)의 차이를 구분하라"는 주문이다. 왜 이 둘의 차이는 중요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장, 세대, 처한 상황 등이 다르면 사실은 같아도 진실에 대한 관점이 얼마든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과 진실. 무엇이 다른가.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는 식의 표현을 쓴다. 그런데 진실은 좀 다르다.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진실은 `감춘다`, 혹은 `밝힌다` 등과 같이 보다 더 드러냄을 의미하는 동사적 표현과 결부시켜 주로 사용한다.

정말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이 보거나 들은 사실보다 하나 더 들어가서 진실을 보려고 한다.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는 마크 저커버그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이 마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을 때, 마크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만을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당신이 말하지 않는 것도 듣고 있습니다." 즉, 진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인 사실 이상의 무엇인가인 거짓이 없고 참된 실제를 의미한다. 그러니 진실은 무언가 사실을 전후로 해서 아직 관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추론을 포함한다. 바로 이 점에서 리더와 리더가 아닌 사람의 차이가 발생하곤 한다.

심리학 연구를 종합해 보면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같은 사실을 두고도 그 사실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궁금해 한다. 즉 현재의 사실 `이전`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험이 적고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그 사실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왜 그렇겠는가? 한쪽은 지나온 길이 길고 경험이 많으니 현재의 사실을 만들어 내는 경로와 방법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사실을 만들어 낸 수많은 원인 중 한 가지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지금까지 설명된 사실을 기반으로 어떤 다음 행동을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항상 나이 든 리더보다 젊은 부하들이 오히려 더 결정이 빠르고 신속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마련인 것이다. 어느 한쪽이 더 강하거나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누군가와 `소통`할 때 이 두 가지 용어를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한 양만큼 써야 한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나 막무가내식의 강요라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조직 내에서 많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리더들은 항상 `왜냐하면`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그러므로`라는 다음 행동을 위한 말들이 부족해지기 십상이다. 전자를 물어봤으면 후자에 대한 자기 자신의 답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무작정 부하들의 생각을 짓밟거나 뒤집고 무작정 일과 생각을 다시 시키는, 무책임하거나 우유부단해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리더가 된다. 반대로 부하라면 리더와 소통할 때 항상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어떤 내용 하나를 더 준비하고 대화에 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리더는 부하를 믿고 힘을 실어주기 쉽게 된다. `내 부하는 아직 일을 잘 몰라`라든가 `내 상사는 자기 아이디어는 없으면서 무작정 내 아이디어가 틀렸다는 말만 한다`는 조직 내의 수많은 푸념이 사실 이렇게 두 말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해 만들어져 왔다. 굳이 한마디 더 첨언을 하자면 그래서 꽤 많은 경우 미래를 그 조직 내에서 가장 젊고 경험 없는 사람들이 가장 잘 예측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에 강하니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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