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일이 늘 산적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 봤지만 그 중에 바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늘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며 따라서 무언가에 집중을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을 한다. 특히 연초에 필자에게 요청하는 가장 많은 자문과 강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몰입`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몰입을 하고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 일단 몰입(沒入)의 정의를 보면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분명해진다. 몰입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이다. 다시 말해서 주의가 집중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줄어들거나 사라져야 한다.

바꿔 말하자면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유지하면서는 몰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예전에 멀티태스킹은 악마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껌을 씹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을 하면서 단어를 외우거나 핸즈프리 같은 안전장치를 사용해 대화를 하면서 운전을 해도 기억력은 떨어지며 사고율은 평상시보다 높아진다. 필자 역시 음악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출구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출구 근처에서는 카오디오를 꺼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일을 잘 못하고 몰입이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멀티태스킹 상황을 줄여줘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즉, 단순히 멀티태스킹을 없애주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가 더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몰입의 두 번째 중요한 측면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넘어 계속해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유지를 위해서는 `생각을 물질처럼 취급`해야 한다.

이 점에 관해 최근 참으로 흥미로운 실험 연구를 발표한 사람이 바로 스페인 마드리드대학의 파블로 브리뇰 교수다. 그의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소개했다. 당연히 참가자들의 건강에 좋은 것이다. 이후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그 다이어트에 관해 긍정적인 의견을 종이에 적게 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의견을 마찬가지로 적게 했다. 이후 긍정 집단이든 부정 집단이든 각 집단 내에서 다시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그 종이를 주머니나 지갑에 넣어 보관하게 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조금 있다가 버리라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긍정적 의견을 적은 종이쪽지를 보관한 사람들은 그것을 다시 읽지 않았음에도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유지했다. 그리고 버린 사람들은 의견의 긍정 혹은 부정 여부와 상관 없이 다이어트의 유지가 중간 정도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부정적 생각을 보관한 사람들 역시 그 종이쪽지를 단 한 번도 다시 읽지 않았음에도 가장 소극적인 다이어트 행동을 보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를 마치 어떤 실존의 물체처럼 취급할 때 그것을 더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사안이나 결론에 대한 리더와 폴로어 사이의 말과 의견 역시 이렇게 무형이 아닌 유형의 물질처럼 취급돼야 한다. 실제로 이를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일종의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유리병에 넣어 보관하기도 하고 캡슐에 넣어 전시하기도 한다. 절대로 미신행동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 무형적인 무언가를 유형적인 물질의 형태로 유지하는 자기 자신을 볼 때 실제로 몰입이나 행동의 유지 효과가 더 커진다. 연초이니 한번쯤은 시간을 내서 필자의 이 글을 핑계 삼아 그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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