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할 것이 분명한 미래를 대비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고취하려고 한다. 그들은 `무사안일을 버려라. 미래를 준비하라. 매너리즘에 빠지지 마라` 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연초니 더더욱 이와 관련된 각오와 다짐이 수많은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미래의 큰 변화에 대해 둔감함을 넘어 무관심을 보이는 걸까?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미래의 큰 변화를 `의심`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의심의 양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각심은 약해지고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주하고 발전을 위한 동력은 약해지기 십상이다.

이는 미래의 변화를 경고하는 메시지의 강도가 약해서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큰 변화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강할수록 오히려 더 역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주 영리한 심리학자들이 있다. 오늘은 그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빠져 있는가를 한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011년 UC 버클리의 심리학자 매슈 페인버그와 사회학자 롭 윌러는 이를 아주 잘 보여주는 절묘한 연구를 세간에 발표했고 이 연구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됨은 물론이고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반복 관찰되고 있다. 이들은 먼저, 사람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이를 묻는 질문지를 이른바 `공정세상(Just World) 믿음 척도`라고 한다. 즉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 2, 3, 4주 후 사람들은 다시 실험실에 돌아와 같은 네 줄의 문장을 받았다. 앞으로 기후가 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른바 지구 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추가적 두 줄에서 차이가 났다. 무서운 메시지(dire-message)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그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닥칠 대재앙이 얼마나 끔찍할 것인지에 관한 두 줄을 읽었으며, 긍정적 메시지(positive-message)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두 줄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개발해야 그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후 양쪽 조건의 참가자들은 모두 앞으로 얼마나 실제로 기후가 변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 질문지에 응답했다. 두 참가자들의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났다.

무서운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 중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시간이 지날 때마다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 자체를 강하게 의심했다. 즉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무서운 메시지를 들었을 때 기후 변화는 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지만 긍정적 메시지를 읽은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나타냈다. 기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결과가 관찰되었을까? 이들은 어떤 메시지를 듣던 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로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의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리더든 부정적인 사람보다는 긍정적인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을 조직에 많이 두고 있다면 미래를 경고할 때 좀 더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즉 최소한의 대안과 방법 혹은 방향을 제시하면서 그 미래를 경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미래를 막연하게 경고하기만 하면 조직원들이 오히려 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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