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휴가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 최근 TV나 라디오에서도 좋은 휴가란 무엇인가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휴가라고 하는 정해져 있는 일정 기간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휴식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휴식(休息). 무엇인가? 이 단어의 뜻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혹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얼까?

사전적 의미의 휴식은 대부분 `일을 하는 도중에 잠깐 쉼` 혹은 `하던 일을 그만둠` 등과 같이 정의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대한 중요한 점 한 가지가 간과되고 있다. 쉬거나 그만둔다는 그 의미에 대부분 생각이 맞춰지기 때문에 `어떤 일`을 잠시 그만두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중에 하던 일을 주말에 하지 않는 것이나 하루 종일 하던 업무를 잠시 멈추는 것을 휴식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일과 우리의 일 중 어떤 일을 하다가 멈추고 하는 휴식인지를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자아가 있다. 나와 우리. 우리는 대부분 `나`보다는 `우리`의 일을 위해 살아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실험 하나를 소개해보자. 사람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에는 "당신에게 지난주에 일어난 일을 써보세요"라고 한다. B그룹에는 "당신 가족(혹은 당신 회사나 부서)에게 지난주에 일어난 일을 써보세요"라고 한다. 그러면 A와 B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각각 `나`와 `우리`를 주인공으로 삼게 된다. 양쪽 모두 30분씩 글쓰기를 한다. 이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놀라운 차이가 일어난다. `나`를 주인공으로 글을 쓴 사람들은 `행복` `만족` `기쁨`이라고 응답한다.

하지만 `우리`를 주인공으로 같은 시간 동안 글을 쓴 사람들은 `안전` `평화` `예방`이라고 한다. 자아의 종류가 달라짐에 따라 지향하는 가치가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단 30분 동안만의 글쓰기를 통해서도 이런 현상이 관찰된다. 그러니 좋은 휴식은 무엇인가? 직전에 어떤 자아로 일했는가에 따라 그 반대편에 있는 다른 자아를 위한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를 위한 일을 열심히 했으면 이제 `나`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휴식의 종류 중 무엇이 더 좋다는 것은 우문이다. 그전까지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더 좋은 휴식의 종류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팀 단위의 일을 하고 난 뒤에는 혼자 즐기는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는 반면, 시계 수리공에서부터 개인병원 의사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홀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주말에 동호회를 찾는 경향이 더 많은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주로 많이 했는가에 대해 다른 종류의 휴식을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한 부하에게는 완전한 혼자만의 휴식을 보장해줘야 한다. 홀로 묵묵히 (심지어 고립되어) 자신의 일을 해낸 부하에게는 리더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 격려가 동반된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회식이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리더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진짜 바보 같은 짓은 남의 휴식을 무턱대고 모방하는 것이다. 단 몇 분만이라도 시간을 내 휴식 전에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와 `나` 어디에 더 치우쳐져 있었는가. 휴식의 종류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실마리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