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면 누구나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협동하게 만들고 싶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도 관심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면 혁신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 있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게끔 만들고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협동과 독창성 이 두 가지를 위해 각각 어떤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하나? 여기에도 심리학자들은 매우 흥미로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은 이 점을 한번 알아보자.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은 홍보를 위해 두 가지 종류의 극장용 광고를 만들었다. 첫째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합니다"라는 식의 광고였다. 두 번째는 "누구나 가는 박물관으로부터 이제는 벗어나라"는 광고다. 전자는 다른 사람들도 오니 당신도 오라는 메시지가 중심인 반면 후자는 너만의 독창성을 가지라는 주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어떤 장르의 영화에 광고가 따라 붙느냐에 따라 두 광고의 효과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릴러물이나 공포 혹은 폭력물 영화를 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자의 광고가 박물관에 대한 호감도를 과도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로맨틱 영화를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같은 광고는 오히려 미술관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렸다. 반대로 후자의 광고가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관객들 사이에서 이끌어냈다.

미네소타대학의 심리학자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교수 연구진은 이런 재미있는 현상을 라스베이거스 홍보 광고를 통해 반복 관찰했다. 공포 영화나 폭력물을 TV 시청하던 사람들은 프로그램 중간 광고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를 갑니다"라는 메시지에, 로맨틱물을 시청하던 사람은 "특별한 당신만이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떠날 자격이 있습니다"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사람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본능, 즉 동기가 있다.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회피와 접근 동기다. 회피 동기는 바라지 않는 무언가를 막아내려는 모든 종류의 욕구를 통칭한다.

하지만 접근 동기는 원하거나 소망하는 무언가를 가지거나 그 상태로 가고 싶은 욕구를 아우른다. 그러니 스릴러나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회피 동기가 더 강해질 것이고 로맨틱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접근 동기를 더 강하게 지닐 것이다. 그런데 회피 동기를 자극하면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같이 호흡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접근 동기가 자극된 사람은 나만의 특징이나 시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진화 심리학자들의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회피 동기가 자극되면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화돼 다른 사람들과 협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접근 동기가 자극되면 성취에 대한 생각이 강화돼 나만의 무언가에 관심이 더 간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리더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협동하게 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막아내야 하는가를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 섣부른 희망가를 부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독창성 있고 개성 있게 일을 하게 만들려면 반드시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거꾸로 하는 리더들을 도처에서 만난다. 으름장을 놓거나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창조 없으면 도태된다"고 얘기하는 분들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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