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주사위 2개를 던지게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2개 주사위 합이 12(즉 6과 6)가 나오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합이 2(즉 1과 1)가 나오면 같은 액수의 돈을 주겠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12처럼 큰 수가 나오면 돈을 받는 경우와 2처럼 작은 수가 나오면 돈을 받는 경우에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의 크기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미 눈치를 차리신 독자들도 꽤 계시겠지만 12가 나와야 돈을 받는 사람들은 주사위를 큰 동작으로 던진다. 반면에 2가 나와야 하는 사람들은 주사위를 살짝 던진다. 우스운 차이다. 두 주사위의 합이 12와 2가 나올 확률은 동일한데도 말이다. 즉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거기에 표면적으로도 걸맞은 거창한 행동과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지겨울 정도로 여러 번 들어본 것처럼 혁신은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어렴풋이나마 파악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창의적인 작은 변화와 그로 인한 큰 결과 사이의 연결 고리를 보지 못한다. 큰 결과를 위해서는 충분한 자원이 필요하며 이 충분한 자원을 통해 큰 무언가가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원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큰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쉬워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한 연구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라비 메흐타 일리노이대 교수와 멩 주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경험을 쓰게 했다. 절반에 해당하는 A그룹 사람들에게는 특정한 무언가를 지정해준 뒤 자신들이 자라면서 그 무언가가 풍족했던 경험을 쓰게 했다. B그룹에는 반대로 그것이 부족했던 경험을 쓰게 했다. 즉 A그룹은 자원 과다 경험을, B그룹은 자원 부족 경험을 상기했던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과제를 수행했다. 예를 들어 블록을 이용해 창의적 장난감을 만든다거나, 테이블 위 양초를 성냥과 압정이 들어 있는 박스만을 사용해 벽에 붙이는 것과 같은 잘 알려진 창의성 검사 과제를 줬다. 혹은 벽돌과 같이 일반적인 물건의 예상치 못한 대안적 용법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생각해내는지와 같이 기존 연구에서 사용된 여러 가지 창의 측정 과제들도 여기에 포함됐다. 결과는 명확했다. 과제를 불문하고 자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떠올린 사람들(즉 B그룹)이 어떤 과제든 더 창의적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왜 이른바 부족함이나 가난함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게 되면 창의적 결과가 더 가속화되는 것일까? 연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분명해진다. 창의적으로 되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이른바 `기능적 고착` 때문이다. 기능적 고착이란 어떤 대상이나 물건을 기존 방식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는 사고를 자연스럽게 촉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정확히는 그 부족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조직이 발전하면서 가지게 되는 다양한 자원이 이후의 창의와 혁신을 위해서는 오히려 방해물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와 또 다른 성장을 꾀한다면 기존의 자원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비전이나 목표도 만들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현재 갖고 있는 자원을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바라보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래저래 인간이란 참으로 오묘한 존재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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