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말이지만 약간 다른 맥락에서 쓰이는 두 말이 있다. 이른바 `낙천적`이라는 말과 `낙관적`이라는 말이다. 뉘앙스가 다소 다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그 사람을 `낙천적(樂天的)` 혹은 `낙관적(樂觀的)`이라고 표현하는가?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낙천적`이라는 말의 뜻은 `세상과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반면 `낙관적`이라는 말은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 또는 그런 것` 혹은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기는. 또는 그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의미의 차이가 미묘하지만 분명하다. 낙천적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관해 말할 때 쓰는 표현이고 `낙관적`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이 사안이나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구분은 왜 중요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낙천적인 사람보다는 낙관적인 사람을 중용해야 하며, 낙천적인 사람의 의견을 낙관적인 관점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낙관적인 사람을 낙천적이라고 오해해도 실수를 범하는 것이 된다.

좀 더 심리학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심리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낙천적인 사람은 상당 부분 타고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기쁨이나 만족과 같은 긍정적 감정은 주로 뇌신경전달물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난다마이드와 같은 물질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 뇌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활동은 상당 부분 타고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개인차도 심하게 나타날 뿐더러 이른바 낙천적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훨씬 더 강한 수치가 관찰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니 낙천적인 사람은 쉽게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낙관적인 사람의 그 낙관성은 거의 대부분이 후천적인 결과며 따라서 어떤 경험과 대처를 주로 하는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측면이다. 그리고 낙천적인 사람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스트레스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별 차이 없는 정도로 경험하지만 이른바 `잘될 것이야`라는 관점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낙천적인 사람보다는 낙관적인 사람을 잘 선별해 내 중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적절한 수준으로 느낄 때에야 비로소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들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천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좀 더 게으르게 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긍정적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느냐 여부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가끔씩 이런 리더들을 보게 된다. `저 친구는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모른다`라든가 `저 사람은 스트레스라고는 모르는 인물이다`라면서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어 하는 분들 말이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필시 중요한 일을 맡기면 의외의 순간에 무책임해지기 쉬운 사람들이다. 이른바 화통한 포기를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나아지려고 하는 사람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문제를 개선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낙관적인 사람들이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고 생산적인 인물이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긍정적 결과뿐만 아니라 그들이 받은 스트레스의 양에도 마찬가지의 보상을 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