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모르거나 할 수 없는데도 그걸 알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종류의 착각을 인지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적 오류라고 부른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쉽게 말하자면 `앎과 모름의 정도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내 지식과 능력을 보는 눈`으로도 불리는 메타인지는 다른 어떤 능력보다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기초역량이 떨어져서 실패하는 경우보다 메타인지가 착각을 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오히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즉 예상과 결과가 판이하게 다른 모든 종류의 실패들 말이다. 그런데 이 메타인지적 착각과 오류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권위의식이다. 왜 그럴까. 그 과정은 무엇일까.

메타인지를 두고 인지심리학자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첫 번째 지식은 왜 지식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자주 경험해서 친숙하기 때문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니 설명될 수 없는 것은 지식도 능력도 아니다. 그런데 이 설명을 하는 행위가 가장 심각하게 훼손되고 사라지는 분위기가 바로 권위주의나 그런 의식이 팽배할 때다.

꽤 많은 기업에서 `권위주의 타파 ○○계명` 같은 것을 일종의 캠페인 형태로 알리고 교육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행동강령에서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내용이 주로 이런 것들이다.

반말과 하대를 하지 말자, 명령조의 회의를 줄이자, 하급자의 말을 경청하자, 인사를 잘하자, 전화 등 비대면 대화에서는 자신을 소상히 밝히자, 업무 지시의 이유를 밝히라 등. 너무나도 익숙한 말들이다.

그런데 말의 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는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 말을 줄이라고 한다. 어떤 말일까. 반말, 명령조의 말, 단순 지시성 표현들이다. 즉 `○○하라`는 말은 대부분 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HOW)`는 줄이라는 것이다.

반면, 말을 늘리라고도 한다. 이건 어떤 말들인가. 이유, 원인, 자신의 신분 등 이 대화와 회의, 더 나아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항들이다. 즉 `왜(WHY)`는 늘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WHY`에 관해 대화하는 것을 뭐라고 부르는가? `설명`이라고 부른다. 이 또한 사전에서 그 뜻을 찾으면 확실해진다. `(사람이 어떤 일의 내용이나 이유, 의의 따위를)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하다.` 이렇게 정의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들은 권위주의를 경계하고 권위의식을 불편해 한다. 하지만 권위주의가 어떠한 루트를 거치면서 조직과 구성원들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가는 이제야 분명해진다.

필자는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말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늘 강조드린다.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WHY` 없이 `HOW`만 강조하는 사람이기에. 권위주의는 설명이라고 하는 행위를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사라지게 만들면서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가에 관한 판단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이 관점으로 보면 우리 조직에도 분명히 권위의식의 함정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을 것이다. "말 안 해도 알지?"는 권위주의가 보내는 균열의 신호다. 리더라면 이런 말들이 조직 내에서 지나치게 입에 담기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이런 종류의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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