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설득이다. 그리고 설득(說得)은 `상대방이 나의 뜻을 따르도록 깨우쳐 말함`이라고 풀이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다. 그런데 리더의 설득을 우리는 지나치게 `나`라는 단어에 집착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에게 리더들께서 하시는 질문의 거의 절대 다수가 그렇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질문이 이렇다. 리더의 핵심 자질인 설득을 위해 "리더인 `내`가 무엇을 말하고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만 늘 물으신다.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의외로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설득의 핵심 중 하나다.

이와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an Diego)의 웬디 리우(Wendy Liu) 교수와 노스웨스턴대학의 데이비드 갈(David Gal)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일종의 가상 사업설명회 사이트를 개설해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약간씩 다른 종류의 반응을 하게 만듦으로 인해 얼마나 나에게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온라인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에 대한 사업계획을 설명한 뒤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레스토랑에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물어본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의견" 이나 "기대" 등에 대해 물어봤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통된 질문 하나가 마지막으로 주어졌다. 그 질문은 그 레스토랑이 실제로 문을 열었을 때 애용할 의향이 어느 정도인가에 관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언을 해준 사람들은 의견이나 기대와 같은 다른 종류의 피드백을 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메뉴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조언, 의견, 기대 어느 것이든 그 레스토랑의 출범에 대해 도움이 되는 정도를 평가해 보았더니 같은 수준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조언한 사람들이 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은 성립이 불가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조언이라고 하는 행동은 심리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받는 사람과 더 많은 동일시를 만들어내며 더 강한 공동 운명체 의식을 지니게끔 만든다.

실제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충고한다. 그러니 역으로 충고하면 가까운 사람이다. 그리고 설득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가능해진다. 따라서 조언을 구하는 형식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은 설득에 더없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후속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기보다 지위가 높거나 낮은 경우를 가리지 않고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더 많은 친밀감을 느끼더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소설가 설 벨로(Saul Bellow)는 "우리가 조언을 구할 때는, 사실 동행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말을 다시 받아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유명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조언을 얻게 되면 동반자를 얻게 되는 것이다"라고 화답한다.

필자 역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필자 역시 설득을 한답시고 수많은 `나`의 논리와 증거들을 미사여구에 담는 것에만 골몰했으니 말이다. `당신에게` 도와 달라는 말 한마디할 생각을 못한 채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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