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교의 대니얼 길버트 교수와 버지니아대학교의 티머시 윌슨 교수는 심리학계에서 꽤 유명한 콤비 연구자다. 그들이 2000년대 초반에 했던 전설적인 연구 중 하나는 바로 배고플 때 더 많은 쇼핑을 한다는, 이제는 꽤 잘 알려진 현상이다. 그들은 배가 고프다고 말한 쇼핑객 중 일부에게는 머핀을 줘서 허기를 채울 수 있게 했지만 다른 절반의 사람들은 그대로 매장에 들어가게 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여전히 배고픈 쇼핑객들은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전혀 구매할 생각이 없었던 물건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트에 집어넣은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이후의 전혀 무관한 행동에도 전염시킨다. 자신의 허기진 빈속을 카트를 채우면서 달래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연구는 꽤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길버트와 윌슨 교수의 연구가 빛을 발하는 것은 이러한 오류적 현상을 없애는 절묘한 방법도 같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엇을 살지 목록을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원하지 않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확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왜 이런 종이 쪽지 하나가 필요 없는 소비를 그토록 효과적으로 막은 것일까. 이 종이가 없으면 매장에서 전적으로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이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물건들이 엄청난 고가나 신중하게 구매해야 하는 물건들이 아닐 때 더욱 크게 과소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전혀 계획에 없었던 물건들까지도 기억에 떠오른 물건들과 연결이 되면서 `이걸 사면 저것도 필요하겠네` 혹은 `저것도 사두면 나중에 요긴하겠다`는 생각의 불필요한 가지치기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모든 종류의 `좋아 보이는 물건`들은 이제 카트에 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오류에 가깝다. 만약 이 물건들이 실제로도 그렇게 필요하다면 사전에 구입할 목록을 적을 때 떠오르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역으로 말하자면 사전에 목록을 적을 때 생각이 나지 않는 물건들이었다면 실제로도 용도가 그리 크지 않은 물건 아니었겠는가. 무엇을 살지를 적어놓은 쪽지를 들고 가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판단한 연관성과 필요가 아닌 전시된 상황에서의 관련성을 보면서 철저히 지배당해 과소비를 하게 된다.

실제 조직에서도 이런 일을 참으로 많이 목격한다. 수많은 행사나 회의를 개최할 때 작은 계획만 하나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은 `그건 필요 없다`라든가 `거기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작은 계획이라도 공유해야 한다. 그걸 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윗사람은 이제야 눈에 띄거나 생각나는 것들을 계속해서 부하에게 지시하고 다시금 부하들은 허둥지둥대며 예상치 않은 일을 순간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얼마나 다반사냐는 말이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한 오해가 커지고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와 같은 배고픈 쇼핑객의 실수는 비싼 물건이나 엄청난 고가품을 구매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친숙한 물건들을 구매할 때 더 많이 관찰된다. 그러니 아무리 일상적이고 친숙한 일을 할 때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작은 종이나 파일 하나만 사전에 공유해도 이러한 배고픈 쇼핑객의 실수와 허둥지둥 대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그 결과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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