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더가 궁금해 하시는 것이 하나 있다. 왜 내 조직의 구성원들은 그리도 불만이 많은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답해 드리는 것도 어려운데 더 난감한 질문을 가져 오시는 리더들이 계시다. 바로, 구성원들의 불만을 잘 경청해서 그 불만 요인을 없애 주었는데도 왜 사람들이 만족을 못 하는지를 궁금해 하신다. 심지어 조직을 떠나는 사람들의 수도 크게 줄지 않는다. 왜일까?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불만의 반대는 만족이 아니다. 즉 불만 요인을 없앤다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만과 관련된 대부분의 감정이나 느낌은 그 특성상 `비교`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동창회에 다녀온 사람이 평소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기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오르거나 더 풍족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아, 내가 공부나 노력을 좀 더 할 걸"이라고 후회하거나 "나는 왜 이런 처지에 있는 거야"라면서 사회나 자신의 가정환경을 탓할 것이다. 이로 인해 심리학자들은 불만족은 `비교` 대상이 존재하는 맥락에서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만족이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 자신의 삶과 일에 만족할까? 집에 돌아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배우자나 아이를 볼 때다. 혹은 자기 일에서 작지만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다. 이럴 때 우리는 만족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만족을 느낄 때는 주위나 타인들과의 비교가 별로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관여하는 대상 자체에서 무언가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만족이다.

일상생활의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자신의 남편보다 더 일찍 귀가해서 가사일도 도와주는 옆집 남편을 보면서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자신의 남편을 `비교`하면서 이 사람과의 결혼을 후회할 수는 있을지언정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이웃집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는 `아,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부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자신과 함께 사는 남편이 자신과의 관계에서 뭔가를 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즉,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인해 느껴지지만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라는 느낌은 우리 부부만의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불만과 만족은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고, 둘 다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조직이라는 집단에 적용하면 불만 요인을 없애줘도 만족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와 다른 회사를 이모저모 비교해 보면서 내 회사가 무언가 처진다는 느낌을 통해 구성원들은 불만을 쌓아 간다. 하지만 만족감은 다른 회사보다 내 회사가 여러 여건에서 모두 낫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아까 그 부부의 예에서처럼 우리만의 무언가가 있을 때에 비로소 가지게 되는 감정 상태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들만의 개성과 특징이 있는 회사의 직원들은 회사생활에 대한 불만도 많이 토로하지만 동시에 만족도와 그에 따른 애사심도 매우 강하게 표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는 이중적인 것이 아니다. 불만족과 만족이 전혀 다른 심리적 과정을 거치며 따라서 독립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색깔이나 개성을 통해 만족감을 추구해야지 불편·불만 요인을 없애는 것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만의 제거=만족"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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