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세계건축올림픽이라고 불리는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가 코엑스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고 1만명이 넘는 등록자가 참여해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도시의 혼(soul of city)`을 주제로 전 세계 여러 건축가들의 다양한 발표를 들으며 유독 일본 건축가들의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강연 속에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대안건축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담겨 있었다.

현재 2020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을 설계하고 있는 구마 겐고는 기대했던 스타디움은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이전에 작업한 히로시게 뮤지엄과 대나무집 등의 작품들을 통해 `작은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건축을 아무리 강하고 합리적이고 큰 것으로 만들어도 자연이라는 거대한 힘에서는 나약할 뿐"이라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강인함, 합리성, 거대함을 추구하던 하나의 사상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사상이 시작되는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이는 무언가를 배척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이며 이질적인 것을 허용하는 건축을 말한다. 거대화된 `강한 건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속에 자연, 지역과 사람이 공존하는 포용적인 건축을 의미한다.

그는 돌과 나무, 흙, 종이, 물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해서 높고, 크고, 빠른 건축이 아닌 낮고, 작고 느린 3저의 건축을 자신의 작품 속에 강조하고 있다. 그의 저서 `작은 건축`을 보면 런던대화재(1666), 리스본대지진(1755), 시카고대화재(1871), 간토대지진(1923)을 거치며 당시 재난 이후 이들 대도시가 어떻게 강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바뀌어 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기본 입장은 일본 도시도 1923년 재난 이후 콘크리트나 철골이 주재료가 되어 유럽과 미국의 도시들을 복제하며 추하고 덩치 큰 도시가 되었지만 2011년 재난 이후 이런 `강한 건축`들에 다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UIA 2017 서울대회의 골드메달을 수상한 이토 도요도 `건축의 혼(soul of architecture)`이라는 특강에서 쓰나미 이후 새로운 건축으로서 자연과의 공감과 인류의 공존을 위한 동양적인 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다.

`모두의 집(Home-For-All)`은 동북지진으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하타케야마 같은 사진가와 지역 미용사들이 기울인 초기 노력에 이토 도요, 후지모토 소우, 구마 겐고 등 건축가가 동참하면서 리쿠젠다카다 등 16곳에 만들어진 작지만 포용적인 공유공간이다.

이는 좁은 구호주택에 머물던 이들을 위한 10평 정도의 이재민 쉼터 건물로 자식부부가 일하러 간 사이에 연로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개방된 마을회관형 커뮤니티공간이다. 구마 겐고는 `모두의 집`을 통해 `유대`를 생각하는 건축의 존재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미디어전략가 톰 굿윈(Tom Goodwin)은 `세계 최대 택시기업인 우버는 자동차가 없고, 페이스북에는 자체 컨텐츠가 없으며,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도 부동산이 없다`고 말한다.

즉, 디지털 플랫폼은 개인이나 조직이 자산을 활용해 거래를 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거래비용과 마찰비용을 모두 감소시켜 참여자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증가시키고 이를 공유하는 포용적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기업과 공공이 좋은 아이디어를 모집해 초기 투자를 하되,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공유하는 이익공유 공간모델도 가능하다.

이익공유 공간모델과 구마 겐고, 이토 도요의 `작은 건축` `모두의 집`을 접해보면서 `도시의 혼`을 살리는 앞으로의 도시건축이란 작은 건축을 위한 노력과 함께 포용적 공유공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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