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 노영심은 변진섭이 노래한 `희망사항`에서 간결하고 선명하게 멋 내지 않아도 멋있는 여자가 남자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정의했다. 평소에 옷을 잘 입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그냥 아무렇게나 입는다는 얄미운 대답이 돌아오곤 하는데 자세히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무렇게나 걸친 것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션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 사회적 풍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차 대전 당시 전쟁에 참전했던 남성들 대신 일해야 했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로 여성들의 권리에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새로운 의상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져 여성에 대한 억압의 상징이었던 코르셋이 사라지고 스커트가 짧아지는 실용적이고 절제된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1980년대는 배우보다 팝 가수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게 되는데 이는 1981년 개국한 최초의 음악전문 TV 채널 MTV가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면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대로 변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 보이 조지, 마돈나 등 팝 가수들이 시대 흐름과 맞물려 패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0년 갤럭시 카운터스와 콘택트 뮤직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80년대 아이콘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마돈나다. 지금도 마돈나는 패션 하면 떠오르는 가수 중 선두 주자다.

`질이 낮은 예술물, 유치하고 통속적`이란 뜻으로 불리는 키치(Kitch) 패션을 통해 노골적으로 야하고 천박하고 값싼 스타일을 선보였고 속옷을 바깥에 입는 인프라 패션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으며 1980년대 최고의 트렌드라고 불리는 스톤워시 청바지로 물 빠진 청바지 시대를 열기도 했다. 2005년에는 H&M과 공동으로 `M by Madonna`라는 의류라인을 선보였고 자신의 노래 타이틀에서 따온 독자적인 의류 브랜드 `머티리얼 걸`, `Truth or Dare by Madonna`라는 신발, 속옷, 향수 브랜드까지 성공시키며 TV, 뮤직비디오, 콘서트 등 음악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 마돈나는 스스로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노력으로 1980년대 아이콘을 넘어 현재까지도 음악과 패션 트렌드로 우뚝 서 있다.

21세기 음악과 패션의 최고 아이콘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대부분 레이디 가가를 주저 없이 선택할 것이다.

1986년 마돈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해에 태어나 2008년 데뷔한 레이디 가가는 중독성 있는 음악과 파격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패션으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창성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팝 가수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지 않는 그녀는 음악과 무대 그리고 패션을 동시에 떠올리는 탁월한 재능으로 고딕시대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어깨, 얼굴 전체를 가린 가면, 콜라 캔을 말은 머리, 아날로그 전화기를 얹은 헤어, 소고기를 붙여 만든 드레스 등 초현실적인 미래의 판타지를 창조해내고 있다. 2011년 패션사적 핵심인물에게만 상을 주는 CFDA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패션 아이콘 상을 받으며 최근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만큼의 충격을 패션계에 안겨준 레이디 가가는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내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전부 똑같기 때문에 비웃는다. 나는 이대로 아름답다. 신은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두헌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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