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춤토어와 렘 콜하스는 각기 2009년과 2000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건축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마치 끌개처럼 사람들을 운집시킨다. 최근의 현대 건축 상당수는 이 두 건축가의 상반된 작업방식 사이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전 세계 무수한 건축학도들은 이들의 사무실에서 열정페이만 받고서라도 인턴이 되기를 꿈꾼다.

사무실을 보면 두 사람의 확연히 다른 접근 태도가 드러난다. 춤토어의 사무소는 취리히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할덴슈타인이라는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고 그 자신이 모든 프로젝트를 엄밀히 통제하는 소규모 아틀리에형 사무실이다. 반면 콜하스의 사무소는 로테르담을 베이스로 뉴욕,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많은 설계인력들이 협업하며 운영하는 대규모 설계집단이다. 둘은 건축대지를 해석하는 방식도 상이하다. 춤토어는 소위 `장소의 혼(지니어스 로사이)`으로 알려진 특정 장소의 유일성에 대해 고민하며 상업적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다. 반면에 콜하스는 특정 장소의 문맥을 중시하지 않는 범용적 대안을 받아들여 상업적 프로젝트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독특함에 집착해서 보편성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이들의 건축에 내재하고 있는 철학도 다르다. 춤토어가 가구 제작자인 아버지 밑에서 캐비닛을 만드는 훈련을 받으며 구도적, 편집증적 사고를 키웠다면, 콜하스는 패션디자이너였던 어머니와 좌파 다큐멘터리 작가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유물적, 분열증적 사고를 키웠다. 춤토어는 벽돌, 콘크리트, 통나무 등 일상적인 건축재료들을 새롭게 혁신하면서 건축의 구축방식을 진화시키고 있는 반면 콜하스는 거대 도시의 문제로부터 출발해 리서치와 리프로그래밍 작업을 통해 건축적 진화 대안들로 도서관, 초고층, 시어터 3.0 등을 선보이고 있다.

전자가 장인정신을 토대로 건축재료와 구축양식의 `새로운 단순함`을 통해 공간체험의 특이성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해 왔다면, 후자는 현대도시의 복잡성과 거대함을 수용하는 프로그램 재구축을 통해 새로운 건축물들을 설계해 왔다. 대표작을 살펴보면, 춤토어는 콘크리트 박스를 겹쳐진 유리로 감싼 브레겐즈 뮤지엄(1997), 판석재 적층으로 명소가 된 발스 욕장(1999), 피폭성당의 유적 위에 지어진 쾰른의 콜룸바 뮤지엄(2007) 그리고 콘크리트 틀 속의 통나무를 태워 성형한 브루더 클라우스 채플 등이 있다. 반면에 콜하스는 도서관 기능을 재구축한 시애틀 공공도서관(2004)과, 베이징 국영방송사의 기울어진 초고층 CCTV 사옥(2009) 그리고 밀라노의 변방 주정공장을 명품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프라다 폰다치오네(2016)가 있다.

하지만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건축의 공통점은 만드는 건축물마다 유일한 특이점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또 형식적 틀이 강했던 근대건축의 거장들과 달리 끊임없이 매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들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대중적 도시명소로 만든다. 이는 건축을 새롭게 재규정하고 재료, 프로그램, 대지의 특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건물과 관련된 잠재적 욕망과 기호체제들을 총체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서로 상반된 건축 접근을 하는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초월하여 양극단까지 넘나들며 새로운 혁신 대안들을 찾아내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특화된 창조적 사고가 지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사고일 것이다. 우리 도시와 기업들도 전례의 룰에서 벗어나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춤토어와 콜하스처럼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천의영 경기대 교수·광주 폴리Ⅲ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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