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가 삼삼오오 모여서 술 한잔이라도 기울이는 자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참 고단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뜨거웠고 낭만이 있었다"는 자조 섞인 한마디다. 정치적 좌절과 사회적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시절, 이러한 무기력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당시의 젊은 세대에겐 `청년문화`라고 불리는 새로운 물결이 있었으며 그 흐름의 중심에는 포크음악이라는 장르가 있었다. 낭만과 저항의 포크음악 속에서 혼돈의 시대를 지나온 지혜를 생각해본다.

1. 전통 속에서 정체성을 재발견하라.

1934년 미국의 민속학자 앨런 로맥스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미국 전역의 전통 민요와 음악인을 발굴하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남부의 농장과 감옥 그리고 오지를 130㎏이 넘는 녹음 장비와 함께 누비며 숨겨진 노래를 찾아낸 이 작업은 지배 세력이 방치한 흑인들의 문화와 침묵하던 소수의 소리를 소통의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포크음악의 부흥을 가져왔다. 민요라고도 불리는 포크송은 민족과 인종, 지역의 희로애락과 전통 그리고 정체성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설립자를 잃었지만 그의 이상을 지켜 영원한 이익과 기업의 정체성을 지켜온 존슨앤드존슨의 존슨 2세는 "현대적 경영은 `봉사하기 위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신이 책임지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다"라는 말로 그들 기업의 전통을 정의한다.

2. 반대하고 따르라.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조업체로 수백만 가정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텔은 공식적인 기업행동규범에 `반대하고 따르라`라는 강령을 넣어 실천하고 있다. 반대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겉으로는 동의하고 뒤에서 방해 공작을 펼치는 립포타주(Lipotage)를 배격한다는 의미이다.

저항은 포크음악의 주된 정신이다. 포크 싱어들은 자신들의 창작곡을 통해 다양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만행 등에 대해 줄기차게 저항해 왔다. 반대에는 용기가 필요하며 이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주장이자 구체적인 설득이어야 한다. 포크음악은 무작정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 저항하고 반대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수정되어야 할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현대카드의 회의실에는 반대 의사 표현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상대 부서의 안건에 대해 반대자로 정해진 임원이 논리적이고 예리한 지적을 하게 되어 있으며 반대하는 논리의 질에 따라 임원 인사 평가에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 기존 질서에 저항한 한 개인 혹은 기업가의 혁신적인 시도가 새로운 질서와 제품을 탄생시켜 왔음을 늘 상기하라.

3. 다름에 집중하라.

1953년 명동에서 시작해 1969년 무교동에서 막을 내린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 대해 1세대 음악 평론가 이백천은 이렇게 말한다. "세시봉은 단순한 음악 감상실이 아니라 젊은이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대중음악의 산실이자 메카였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던 세시봉의 무대에서 송창식은 이탈리아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으며 박상규는 유쾌한 라틴 레퍼토리와 재치 있는 개그를 선보였다. 귀공자 윤형주는 맑고 고운 목소리로 흑인 영가를 거룩하게 불렀고 이장희는 거침없는 목소리로 최신 팝송을 세련되게 구사했다. 세시봉은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잘난 척도 못난 척도 존재하지 않는,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개성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순위로 평가 받는 무한 경쟁시대에 베스트보다 유니크에 박수를 보냈던 세시봉의 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에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다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민기와 김광석은 포크의 과거이지만 지금과 소통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 또한 굳건한 정체성과 전통 속에서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과 소통하는 노력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두헌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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