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모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정치로 시작해 경제적 단계로 넘어간 후 스포츠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권력 엘리트의 기획안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역사적으로 일반 국민이 자발적으로 올림픽 개최 운동을 진행한 적이 있는지는 기억에 없다. 개최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경제적 이슈(주로 개최 비용과 효용성)가 떠오르고 환경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요즘은 깨어난 시민들로 인해 이 과정에서 정치적 야심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은 지금 두 번째 단계에서 세 번째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일반인의 동계올림픽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자. 설문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생각이 대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가 크다고 본다. 우선 동계올림픽 종목이 친숙하지 않다. 김연아는 알아도 피겨스케이트화를 신어본 사람은 많지 않고 경쟁을 위해 스키를 타본 국민도 거의 없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게 되는데` 경험이 없으니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는 재미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또 하나 `최순실과 일당들`이 벌인 희대의 국정농단이 평창과 관련된 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생각조차 하기 싫다`가 이 부류다. 이 문제는 얼버무리기보다는 밝힐 건 밝히고 인정할 건 인정하며 솔직히 이해를 구하는 게 좋다. 다만 영화 `넘버3`의 한 대사를 옮기고 싶다. 검사 최민식은 "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어. 그 죄를 저지르는 × 같은 ××들이 나쁜 거지"라고 일갈하지 않았던가. 스포츠가 무슨 죄인가. 마지막으로 이미 쏟아부은 예산과 사후 경기장 유지 등에 들어갈 세금을 생각하면 열불이 치솟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올림픽 레거시의 보존과는 별개로 경기장 활용 문제는 골칫덩이로 등장할 것이다. 물론 재정이 파탄 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는 확실히 다르겠지만 지속적으로 보완책이 모색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현재까지 온라인 입장 판매가 예상보다 낫다는 소식이다. 조직위원회는 대략 100만장(국내 70만장·해외 30만장)의 티켓을 파는 것이 목표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설상에 비해 빙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예산이 3000억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인생사가 늘 그렇듯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게 마련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또한 여러 가지 점에서 위기인 것은 맞지만 기회인 것도 사실이다. 우선 스포츠는 언제나 국민을 위무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우리는 "괜찮아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라고 소곤거리는 듯한 박세리와 박찬호로부터 얼마나 위안을 받았던가. `스포츠는 힘이 세다.`

필자는 대학 시절인 1987년 거리에서의 항쟁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1년 후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던 하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광장에서 들었던 겨울의 함성 또한 아직 쟁쟁하다. 묘하다. 그때는 됐고 지금은 안될까.

기본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가 세계로부터 돈 주고 산 거대한 프로모션 기회이자 관심을 독점할 수 있는 세일즈 행사 기간이다. 간접자본 등을 제외한 순수 올림픽 예산은 2조8000억원이다. 세계인에게 마음껏 자랑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실컷 보여준 후 철저히 투자금을 회수할 찬스다. 또 2년 주기로 연달아 도쿄와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북아 올림픽 시리즈`인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침략의 역사가 없는 우리가 독점할 수 있는 브랜드다. 이번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자리매김된다면 통일에 대한 의지도 과시할 수 있고 기반을 다지는 지렛대로도 삼을 수 있다. 5월 9일 대선이 끝나면 새로운 정치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새 정부는 동계올림픽을 `우리들의 축제`로 돌려주기 바란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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