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망원시장, 연남동 동진시장, 어쩌다가게 등은 공공에 의한 계획적 개발이 아닌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사업자들이 함께 기존 골목 건물을 개조하며 임대공간을 작게 나누고 여기에 창의적인 가게들이 입점하며 장소의 활력을 만들어낸 사례들이다.

이런 골목상권 중심의 창조성은 도시를 새롭게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방문객의 증가로 매출이 증대하며 소위 `스몰 어바니즘(Small Urbanism)`이라는 가게 중심의 도시재생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성수동의 `슈스팟 성수`는 서울시 경제정책실과 서울디자인재단, 성동구청 그리고 서울산업진흥원이 성수동을 중심으로 도심제조업인 수제화산업의 경쟁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러 노력들의 하나로 시작됐다. 성수역 매장은 물론 남쪽의 구두테마공원, 부자재거리 등 특화거리와 함께 산업, 관광, 마을이 함께 연계되는 독특한 지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핵심은 성수역 인근 직매장과 공동브랜딩 매장을 통해 재고 감소와 가격인하라는 실질적 혜택이 생산장인들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와 함께 전철역의 통행공간을 활용해 작은 구두뮤지엄, 제화도구 전시장과 탑승장 광고판 등을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수제화산업을 홍보했다.

이제 성수동에는 제화산업뿐만 아니라 서울숲 인근의 카우앤독 등에 입주한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과 카페 오르에르, 베란다 스튜디오, 수피, 대림창고, 자그마치 등 다양한 카페들이 창조적 코어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선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산업적(Industrial) 미적감각`의 트렌드를 선도해 성수동은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고 있다.

광주폴리도 쇠퇴하는 기존 도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계기로 승효상 총감독이 11개의 `도시적 건축장치`인 어반폴리(Urban Folly)를 만들면서 광주폴리가 시작됐다. 2013년 8개의 2차 폴리에 이어 현재 3차 광주폴리가 진행되고 있다.

3차 광주폴리는 `도시의 일상성`을 핵심개념으로 한다. 도시공간을 생산하는 사회적 과정과 도시적 체험에 주목하고, 이들 요소 가운데 하나인 `맛과 멋`이라는 화두를 작가들과 공유하며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3차는 대중성, 참여, 의외성의 원칙들을 바탕으로, `보다, 걷다, 놀다, 먹다`라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구체적인 도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도시의 전망을 보는 뷰(View)폴리, 골목걷기를 장려하는 네덜란드 창조산업기금과의 합작품 GD(Gwangju-Dutch)폴리, 미디어 아트와 골목에서 `놀다`라는 생각으로 전개한 뻔뻔(FUN PUN)폴리, 창업식당을 만들어 맛으로 도시를 느끼게 하는 쿡(Cook)폴리로 구성하였다. 이미 개장한 쿡폴리는 폐가를 개조하여 식당과 카페로 만들고 지역의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서울의 장진우 식당에서 4개월 연수시킨 후 이들이 조합을 결성해 운영주체가 되도록 했다. 이들은 지역의 옛 맛집 청미장과 콩집 카페를 운영하고 매출의 20%를 다시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납부하여 제2의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는 선순환의 사업구조를 만들었고 광주 산수동 골목은 명소가 되고 있다.

슈스팟 성수와 광주폴리의 예에서 보듯 도시공간은 스마트 폰의 앱처럼 작고 매력적인 점의 공간들이 모일 수 있는 포용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곳에 방문자들의 트래픽이 만들어지면, 이것이 선과 면으로 확대되고 창발하게 된다. 이는 제조자(메이커스)운동이 대중적 취향의 기성품 대신에 특별한 취향과 기호를 선호하는 맞춤형 소비자 시장인 것과 비슷하다. 획일적인 대규모아파트 도시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골목길을 선호하는 일종의 맞춤형 도시공간 제조자운동인 것이다.

[천의영 경기대 교수·광주 폴리Ⅲ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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