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3년 이라크 공습 때 사용한 작전명이 `충격과 공포`였다. `트럼프 시대`가 선언되자 세계인 대다수는 충격에 빠졌고 아마도 일부는 공포마저 느꼈던 것 같다. 그에 대해 막연히 두려움을 가졌던 대부분은 원하지 않은 반전드라마에 당황했다. 여기저기서 진단과 전망이 쏟아져 나왔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중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가장 형편없는 진단 중 하나는 "트럼프 시대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특징"이라는 주장이다. 세상에 어느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맨 앞에 내세우지 않았을까. 국익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해야지 엉뚱한 곳을 긁어대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수밖에.

지나치게 `희망에 기초한` 전망도 있었다. "트럼프의 공약과 기행은 대선 전의 전략일 뿐, 취임 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표적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의 힘은 무섭다. 트럼프는 사업가 아버지로부터 비즈니스맨으로 교육받았고 자신의 사업적 성취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타협과 소통`보다는 비즈니스맨으로서 `이익과 실현`이 몸에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사활이 걸린 무수히 많은 쟁점을 놓고 그와 협상해야 할 것이다. 만일 트럼프와 내기골프를 한다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트럼프는 엄청난 골퍼다. 초호화 골프장을 17개나 갖고 있고 트럼프 팜비치 골프장의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66타) 보유자다. 1946년생이니 70세가 넘었지만 190㎝가 넘는 장신에 몸무게도 110㎏ 가까운 거구다. 공인 핸디캡은 2.8. 타이거 우즈가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가 280야드 정도라 전했으니 285야드라는 보도가 지나친 과장은 아닐 듯싶다.

그린 주변의 실력도 쓸 만하다고 한다. 띄우기보다는 주로 굴리는 실속파다. 거기다 "퍼팅실력이 좋다"고 자화자찬할 정도니…. 퍼팅할 때 손목을 많이 쓰는 스타일은 들쭉날쭉한 결과가 많은데 대놓고 자랑하는 것은, 어쩌면 심리적 요소가 절대적인 퍼팅의 비밀을 알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기 장소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주피터가 될 확률이 높다. 며칠 전 한 일본인과 그곳에서 어니 엘스까지 대동한 채 연습라운드까지 했으니 말이다.

내기 상대를 판단할 때는 실력과 함께 매너가 중요하다. 그는 과연 신뢰할 만한 골퍼인가. 모름지기 골퍼라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골프를 치기 위한 거짓말은 예외로 하자.) 그런데 트럼프는 `알까기`와 멀리건을 활용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직접 당해 보지 않은 바에야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당신은 거짓말쟁이 골퍼"라고 면전에서 비난하자니 `국가에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그러나 한 골프 토크쇼에서 그가 한 말은 어쩌면 믿을 수 없는 골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을 더해 준다. `더 페허티`에서 이민자 후손인 전 프로골퍼 데이비드 페허티는 "모든 이민자는 미국의 일부분이 돼야 한다"고 루스벨트의 말을 인용했다. 트럼프는 "아주 좋은 말"이라며 맞장구쳤다. 또 "가르쳐 줘서 고맙고 다음 연설 때 써먹어야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감시(surveillance)는 일반적으로 위로부터 시행되지만 수베일런스(sousveillance)는 아래로부터의 감시를 의미한다. 권력자가 카메라를 통해 우리를 감시했다면 이제는 개인 디바이스를 이용해 현장에서 기록하고 이를 통해 위를 견제하는 행위다. 속임수를 쓸 수 있는 골퍼와의 내기골프라면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친구들을 갤러리로 동반해야 한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비즈니스의 달인과 마주한 우리나라에 앞으로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논리와 원칙? 담대한 용기? 무엇이 됐든 그 어느 때보다도 `갤러리`가 절실해 보인다.

[유상건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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