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와 구글, 나이키.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브랜드들에겐 광고인 눈에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 특징. 그것은 바로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광고다. 이들은 좀처럼 광고적 수사나 화법이 자신들의 본질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잡아먹게 두질 않는다.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본래 우수한 이유도 분명 있지만, 보다 먼저 그들의 브랜드 철학이 확고하게 작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한 보험회사의 광고 제작에 참여하면서 보험이란 업(業)​의 본질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보험이란 것이 뛰어난 인류의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씩 준비를 해 그들의 일원이 어려울 때 도와준다는 아이디어는 고령화시대 수명이 연장되면서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더 값진 의미를 지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보험이 세태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보험은 가입자의 사망 리스크를 보장하는 것에서 생존 리스크를 보장하는 형태로 변화해왔다. 또 100세 시대에 맞춘 연금성 보장 상품이 등장하다가 이 모든 것을 함께 담는 복합 상품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 삶의 모습 앞에서 보험과 그 광고가 변화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번 캠페인의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중심에 둔 부분은 앞서 말한 `본질`이었다. 보험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다시 끌어내고자 했다. 그래서 찾은 핵심 카피가 "보험이 일합니다"다. 비즈니스 기업이나 그 직원들이 `일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보험을 의인화해 말하니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다. 보험에 대한 오랜 인식이나 잘못된 편견을 흔들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객 중에는 미래에 자신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쉬게 될 때 보험이 자신을 위해 일해준다는 말에 든든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고객들을 위해 매일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들 입장에서는 보험에 대한 자부심을 줘서 좋다는 반응도 얻고 있다. 어려울 때 힘이 돼준다는 보험의 본질이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본질을 갖고 광고하는 방식은 비단 TV광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는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시그너처 브랜드인데 우리는 이 브랜드의 본질이 단순한 커피의 맛과 향이 아닌, 커피를 통해 이뤄지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핵심 가치를 젊은 세대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좀 다른 접근을 생각했고, 그렇게 탄생한 아이디어가 바로 `다방`이다. 젊은 세대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예로부터 다방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하고 정겨운 대화가 오고 가던 곳이었다. 본질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셈이다. 커피를 통한 사람의 소통이라는 본질과 통했다. 맥심 모카다방은 높은 호응 속에서 맥심 모카책방과 맥심 모카사진관으로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질을 담은 광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한때 모든 검색엔진들이 질투한 광고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구글의 광고 `파리지엔느러브`편이다. 이 광고에 나오는 비주얼은 검색창뿐이다. 어찌 보면 지루한 비주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광고는 주인공이 프랑스에 건너가 언어를 배우고 집을 구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는다는 일생을 어떠한 군살도 없이 구글의 검색창만을 통해 보여준다. 구글의 검색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고 또 기여하는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보여주며 그것이 구글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본질을 명확하게 조준한 표현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검색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구글만의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없이 탁월했으며, 사람들 기억과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수많은 브랜드들이 명멸하고 있지만 본질을 잃지 않고 독창성을 확보해 유지하는 브랜드가 오래간다. 그런 브랜드의 광고 역시 잘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예를 든 브랜드와 광고들처럼 브랜드가 가진 본질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특별한 기법이나 화려한 수사 없이도 오리지널리티, 즉 독창성을 자연스럽게 확보해 소비자들에게 무언가 다른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만약 어떤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면 거기엔 분명히 어떤 본질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찾아서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광고의 일일 것이다.

[홍재승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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