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에서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스타트업과 광고회사가 협력해 전혀 새로운 마케팅, 광고 비즈니스와 플랫폼을 개발해보자는 취지였다.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채팅하는 로봇을 의미하는 챗봇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꿈많은 청년들`이라는 스타트업은 센딧(SENDIT)이라는 솔루션을 들고 왔는데, 여행객들에게 쇼핑점 위치, 상품 구성, 층별 안내를 해주는 자동응대 채팅로봇 서비스였다.

`트래블챗`이란 스타트업도 있었다. 항공권, 호텔 예약, 여행상품 구입, 고객 상담을 챗봇으로 연결해서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메신저를 통해 고객의 항공편, 저녁식사 예약 등 문의에 응대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이런 업체들을 직접 만나보니 변화의 흐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함과 놀라움은 잠깐, 이런 챗봇이 대중화된다면 광고는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 불현듯 찾아왔다. 챗봇 시대에 광고는 어디에 설 수 있을까.

챗봇은 더 넓게 보면 음성인식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익히 알려졌듯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은 NUGU,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론칭하며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이 음성인식을 통해 가상비서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검색 기능과 번역 서비스, 음악 검색, 날씨 확인, 상품 추천, 스마트홈 기기 제어 등 생활이나 쇼핑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이렇듯 기계와 사람 간의 음성인식을 고리로 한 인터페이스가 확보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게 된다.

광고산업에서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갈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챗봇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대1 대화 방식으로 소비자 상황과 니즈(필요)에 맞게 상호작용을 하니 쉽게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또한 음성과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다 보니 다른 광고 방식에 비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조사에서 밝혀졌듯 소비자들은 TV, 라디오, 인터넷 광고에 비해 구전 추천을 크게 신뢰하는데, 챗봇은 이런 구전 추천 방식에 가장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챗봇이 새로운 광고, 마케팅 채널로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광고와 마케팅을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단순 시청이나 클릭을 넘어 챗봇을 통해 브랜드와의 진정한 관계 맺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디즈니가 페이스북 메신저에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주인공 주디 홉스 봇을 넣어 대화를 이끌자 소비자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수동적으로 영화 트레일러 영상을 볼 때의 반응과 전혀 달랐다. 소비자들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눈 시간은 평균 10분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하고 브랜드를 더 잘 이해하게 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챗봇은 소비자들의 정보를 보다 직접적으로 확보하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듯 챗봇과 얘기를 나눌 것이다. 개인적이고 친밀한 대화 상황에서 챗봇은 스스럼없이 소비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 가령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최근에 나온 광고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등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조사 방식으로 했으면 사생활을 침해하는 느낌을 줘 제대로 된 응답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챗봇은 매우 친밀한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흔쾌히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로 개인화 마케팅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그간 프로그래매틱 광고, 리타기팅, 다이렉트 메일 등 다양한 개인화 마케팅이 시도돼 왔다. 챗봇은 진정한 의미의 1대1 대화가 가능해 완벽한 개인화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다. 한 예로 세포라가 킥(Kik) 메시징 앱에 론칭한 챗봇은 10대들과 미용에 대한 팁을 나눈다. 챗봇은 한 명 한 명에게 눈, 피부, 머리, 손톱 등 관심 있는 분야를 묻고,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맞춰 관련된 제품과 미용 팁, 정보 가이드 등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진정한 개성을 부여해줄 수 있다. 잘 설계되고 전략적으로 실행되는 챗봇은 고객 상황에 따라 브랜드 스토리를 보다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멕시칸 음식 체인 타코벨의 타코봇(Tacobot)은 추천과 주문을 소화해낼 뿐만 아니라 타코벨의 위트 있는 개성을 전달하는 데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챗봇은 광고의 암울한 미래를 가져오는 대체재가 아니라 대중광고가 직면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구원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특히 AI와 접목되고 음성인식플랫폼으로 발전해 가면서 비즈니스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베테랑 매장 직원의 행동을 벤치마킹해 음성이나 문자로 고객이 선호하는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쇼핑어드바이저(추천봇)`를 개발 중이다.

매장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말에 상용화가 되면 앞으로 고객은 폐점 이후에도 24시간 내내 입점 브랜드의 위치 안내와 각 점포에서 진행 중인 사은행사 등 이벤트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제 국내 광고시장에서도 새롭게 부상하는 채널을 어떻게 실제 비즈니스로 구체화할지에 대한 흥미롭고 설레는 도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오성수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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