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케팅 권력`의 이동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은 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아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사태를 주도했음을 우리 모두가 목격했다. 오늘날 시장에서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직면하는 리더십의 위기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 필립 코틀러의 신간 `마켓4.0`에서도 다루고 있듯이 권력은 기업이나 브랜드에서부터 고도로 연결된 고객집단으로 이미 이동했다.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대는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기반한 디지털 초연결사회가 있다. 이러한 초연결성은 기업이나 브랜드에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피어그룹 간 공유(peer-to-peer sharing)가 일상화됐다. 수평적이고 사회적이며 포용적인 소비자 네트워크는 이전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으며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나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 후기를 더 많이 읽고 TV 광고를 잘 보지 않게 되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사회적 포용성에 대한 수용도가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구매 결정 시 소비자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개인의 기호조차 누를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택할 때 자신의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를 살펴보고, 그것이 비록 자신의 기호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의사결정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브랜드가 송출하는 과장되고 왜곡된 메시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어체계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신뢰할 만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광고홍보 활동에 쉽게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처음 만난 일면식도 없는 이들 의견에 더 귀 기울이고 트립어드바이저나 옐프(YELP)와 같은 공동 평가 시스템을 더 신뢰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껏 마케터들이 고민해온 브랜드 차별화는 고객들 기억 속에 독특하게 각인될 수 있는 캠페인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이를 메시지 도달률이 높은 매체들을 통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주목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과장이나 허위는 용인돼 왔다. 결국 마케팅은 `진정한 가치`의 전달이 아닌 `어떻게 포장하느냐`의 문제라고 여겨져 왔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의 과장이나 허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SNS는 소비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그들 스스로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플랫폼과 도구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더욱 보편화될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더욱 사회적인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고 개인적 구매 결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결정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포용성을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살고 있다고 느낀다. SNS가 이러한 사회적 포용성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 뷰티브랜드 세포라(Sephora)의 `뷰티토크(Beauty Talk)`는 브랜드의 사회적 수용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세포라는 고객들의 SNS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들을 `뷰티토크`라는 플랫폼에 통합하여 새로운 소셜커뮤니티를 만들어냈다. 고객들의 네트워크를 내재화함으로써 고객들 간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었고 그 결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기업들은 고객의 의견을 통제하고 싶어하지 촉진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객 불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초연결사회에서는 기업이 제품의 결함이나 고객의 불만을 숨기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이를 통제하려 들었다가 더 큰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고 심각한 위기에 빠진 사례들을 근래에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기업에 원하는 것은 수직적인 통제가 아니라 수평적인 소통이다. 고객은 브랜드와 사회적인 친구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대학 동창회에 갔을 때, 자신의 단점은 감추고 시종일관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친구를 만난다면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 보자.

그 사람과 계속 친구가 되고 싶을까? 고객들은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브랜드와 기업이 자신들의 사회적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오길 원한다. 기업과 브랜드는 그것이 비록 숨기고 싶은 모습일지라도 솔직하고 진정한 캐릭터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객들 간 사회적 모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브랜드는 자신을 꾸미는 데에만 마케팅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사회적 모임을 지원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명진 이노션 컨텐츠크리에이티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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