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기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우리 주변엔 시간만 나면 봉사활동을 다니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분들을 보면 힘들고 귀찮아하기는커녕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끊기 어려운 중독 중 하나가 `남을 돕는 행위`라고 한다. 주변에 마라톤같이 힘든 운동을 중독에 가깝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이렇게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지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말한 데서 차용해 남을 돕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몸과 마음의 변화를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한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가 3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그들 중 대다수가 남을 도운 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행복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엔도르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는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경험은 특별한 쾌감이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으며 강력한 치유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헬퍼스 하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 에너지가 높아져 타인과의 관계까지 원만해지고, 다시 `헬퍼스 하이`를 경험하기 위해 `남을 돕는 행위`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헬퍼스 하이`가 비단 개인의 경험에 한정되는 얘기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수년 동안 LG유플러스는 3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통신시장의 고착된 시장점유율을 바꾸기 위해 모든 서비스와 제품 광고에서 타사 대비 경쟁 우위 관점을 견지하며 `최초` `최대` `유일` 등을 강조하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이슈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나 가치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만 남게 되어 하나의 인격을 가진 브랜드로 고객과 소통하거나 관계를 맺는 데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변화는 1년쯤 전,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을 얘기하던 예전과 달리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기 때문에 TV나 헤어드라이어를 켜놓은 채 외출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놓고도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해 허탕 치기 일쑤인 청각장애인들의 삶, 다문화가정 내 결혼이주 여성이 겪는 한국 생활 적응의 어려움과 가족 간 의사소통 문제를 광고를 통해 알렸다. 도움이 필요한 특정 계층을 LG유플러스가 통신기술을 제공해 돕고 있다는 메시지 대신, 광고 속 주인공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귀한 딸,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이자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지닌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독거노인 이야기를 다룬 최근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외출이 거의 없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독거노인들의 에너지 사용량이 일정하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사용 패턴상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분석·감지하여 고독사를 예방해주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자랑할 수도 있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소외계층에 대한 의례적인 관심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했다.

독거노인들의 주변엔 일주일에 한두 번 그들의 집을 방문해 건강상태와 일상적 문제해결을 돕는 생활관리사들이 있다. 독거노인을 지근거리에서 돌보는 생활관리사와 노인들이 `사회적 부모-자식`의 관계가 되어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는 내용의 캠페인 영상을 본 1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라 내 옆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 할머니 얼굴에 퍼지는 환한 미소에 뭉클하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영상을 통해 `헬퍼스 하이`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광고 한 편이었지만,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고객들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한 변화에 반가움을 표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해주고 있다. 직접 경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먼저 `헬퍼스 하이`를 느끼게 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기업 브랜딩은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의 마케팅보다 훨씬 까다롭다. 기업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나 지향점, 철학을 공유한다는 것이 구체성이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하위 브랜드를 보증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니 근사하면서 정교하기까지 해야 한다. 당연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기업 브랜딩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고객이 `헬퍼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과제로 눈을 돌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외면하는 고객은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헬퍼스 하이`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경험하고 말기는 어려울 테니까.

[어호경 엘베스트 기획5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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