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케팅이 여간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고, 브랜드가 감안해야 할 것은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졌으며, 시대의 트렌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에 더해 큐아르(QR)코드,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와 같이 이 시대를 대변하는 테크놀로지(기술)까지 마케팅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들이 등장해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고민해야 할 요소는 더욱 많아진 것이 분명하다.

나름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 중에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을 해보기도 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최신 디자인의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들을 고려해 마케팅 전략을 짜보지만, 실상 필자 역시도 어느 것 하나 딱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디에 발을 딛고 전략을 짜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영국 출장 때 필자를 놀라게 했던 브랜드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맛의 마마이트(Marmite)란 브랜드였다. 1902년에 만들어진 이 제품은 맥주를 발효시키고 남은 이스트를 스프레드로 만든 건데 엄청 짠맛을 낸다. 맛이 하도 이상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국음식으로 비유해 본다면 삭힌 홍어랑 비슷할 것이다. 필자도 이 제품을 빵에 발라서 먹자마자 `이런 건 도대체 누가 먹는 거야?`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마이트의 광고도 만만치 않게 놀라웠다. 광고 슬로건이 `You either love it or hate it: 미치도록 좋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하거나`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먹고 뭐 싫어하는 사람은 안 먹어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카피다. 이런 브랜드의 태도를 담은 광고는 꽤 오래 유지돼 왔다. 이 브랜드는 광고뿐 아니라 제품의 성분이나 패키지도 잘 바꾸지 않고 마마이트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그대로 100년째 내려오고 있다. 브랜드의 자신감이 시쳇말로 "쩌는" 그런 브랜드다. 이 자신감의 시작은 우리 제품의 강점을 알아주는 고객을 놔두고 맘에 안 들어하는 고객들 취향까지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겠다는 브랜드의 철학에서 시작한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마마이트가 가진 정체성을 바꾸어간다면, 기존의 고객도 떠나고 새로운 고객도 유치하기 어렵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대카드가 최근 새로운 광고캠페인을 론칭했다. TV 화면에 세로로 광고 카피가 나와 있어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광고다.

"지금 이 광고화면 돌려버리고 싶죠? 현대카드가 돌아버린 이유, 카드의 방향을 바꾸다" 카드를 가로로 긁었던 시대에서 카드를 세로로 끼워서 사용하는 요즘의 카드행태에 맞는 제품 디자인과 혜택을 담은 카드를 새로 론칭한 것이다. 이 차별된 카드와 광고에 디지털 세대들은 역시 `현대카드`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카드 디자인이나 혜택, 각종 광고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브랜드의 여러 가지 활동에도 현대카드스러운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음악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슈퍼 콘서트나 시티브레이크 같은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인 채널 현대카드까지….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 소비자의 머릿속에 현대카드가 강력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구도 하지 않는 것들,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내려는 현대카드의 브랜드 정신하에 묵묵히 브랜드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키는 `Just do it`으로 athleticism(스포츠맨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30년 이상 말하고 있다. Apple은 `It`s different`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남다른 제품을 만들어 간다.

어디가 길이고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모르다 보니, 손 놓고 관망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렇게 손 놓고 있다 보면 한참 뒤처질 것 같은 마음에 주변 트렌드 등에 휩쓸려 이것저것 따라하는 마케팅이나 광고가 많이 보인다.

인구에 회자되는 기술을 도입해보려 하기도 하고, 요즘 떴다 하는 빅모델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해보려고도 하고, 소위 대박을 쳤다는 광고와 비슷하게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혼란스러움의 돌파구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유니타스 브랜드의 `자기다움`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간에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한 가지다. 바로 차별화다. 자신이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득할 수 없는 제품은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분명한 브랜드들은 주인이 바뀌고 모기업이 사라져도 수백 년 이상 그 생명을 유지하며 변함없이 사랑받는다. 이들 브랜드는 하나같이 유사한 제품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으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이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한 개인의 삶도 특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의 마음은 사막의 신기루와 같다. 따라가면 달아난다.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그 유효기간이 짧아서 어느새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고 저 멀리 달아난다. 그렇다고, 트렌드를 빨리 좇아가는 것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 다만, 트렌드를 따라갈 때도 자기다움의 기반하에서 자기다운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다움을 갖고 있는 브랜드에 트렌드는 추종하고 따라야 할 공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하는 것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럴 때일수록 자기다움을 잃지 말고 자기답게 마케팅하고 광고하는 브랜드에 디지털 세대들은 사랑을 보내주는 것 같다.

[김동욱 이노션 CM1팀 부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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